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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우병보다 더 무서운 것
이주현   |   2012-05-06

▲ 필자 이주현.     © 안성신문
2008년 5월 2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광우병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며 거리에서 처음으로 촛불을 든 날이다. 촛불집회에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이유와 과정은 다양하겠지만, 정부가 한미 FTA의 성사를 위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와 건강권을 무시했다는 인식은 공통적인 것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식탁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헤아리지 못했다”, “뼈저린 반성으로 국민들의 뜻을 받들겠다”며, 국민과의 소통 부재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사과했다. 또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고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과의 재논의에서 그나마 생후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한 것도 촛불의 성과였다.

2010년 5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은 입장을 바꿨다. “촛불시위 2년이 지났는데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반성이 없으면 사회발전도 없다”며 국민의 반성을 요구했다. “이런 큰 파동은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며, 촛불에 대한 보고서의 작성을 지시하기도 했다. 촛불은 광우병 괴담과 선동에 속은 국민들의 불법, 폭력시위라는 인식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물론 2년 전에도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으며 반성했다’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입으론 사과를 했지만 광우병의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의 구속을 비롯,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1천여 명에게 벌금이 내려지는 등 극심한 탄압이 이어졌다. 청와대가 지시하고 총리실이 주도한 민간인 불법 사찰의 대상자에는 김종익 KB한마음 대표 등 촛불의 배후(?)가 상당수 포함되기도 했다.

2012년 4월 24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2008년 촛불에 참여한 시민의 우려가 옳았고 괴담이라고 치부한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틀렸음이 증명되었다. 대다수의 국민이 불안하다며 2008년의 수입중단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 광우병 발생에 따른 검역 중단이나, 수입 중단 등의 조치를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통상마찰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두 나라가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상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관리등급을 하향조정 하지 않는 한’ 한국정부의 수입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2008년의 수입중단 약속이 거짓말이었음을 용인하는 것이다.

중국은 수입금지 상태이고 일본은 광우병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생후 20개월 미만만 수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광우병 발병 후 수입중단을 선언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이다. 인간이든 소든 광우병 치사율은 100%이며, 치료제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의 위협은 0.1%의 가능성도 허용해선 안 되는 영역이다. 통상마찰이나 무역보복은 현재 우리 정부의 우려일 뿐이며 국민의 건강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 약속대로 정부는 즉각 수입을 중단하고 수입된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졸속적으로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의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광우병도 무섭지만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더 불안하고 무섭다.

이주현(소통과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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