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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생이 얘기하는 '수행평가'
안성신문   |   2006-10-15

저희 학교의 수행평가 실태를 아십니까?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저희 학교 수행평가는 대부분 예체능에서 아이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높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수행평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합니다. 그렇다면 그 수행평가가 어떠하기에 제가 지금 이렇게 말하는지 지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체육은 사람마다 체격조건도 다르고, 적성에 맞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행평가는 이런 점은 고려하지 않고 4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채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기준이 아닌 특정 아이들에게 유리한 기준들로 말입니다.

그 예를 든다면 1학년부터 해온 '윗몸 일으키기'가 있습니다. 1분에 41개 이상을 해야 A를 받을 수 있는데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윗몸 일으키기는 뚱뚱한 아이보다는 마른 아이들에게 더 유리한 운동입니다. 또한 마른 아이들 중에서도 허리에 힘이 들어가는 등 쉽게 고치기 힘든 신체 조건들로 인해 1∼2개 정도밖에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41개라니요.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C나 D라는 점수에 만족해야 합니다. 씁쓸한 웃음과 함께 말이죠.

또 1학기에는 농구의 슛과 드리블을 보았었습니다. 다들 드리블은 어느 정도 했지만 슛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키는 제각각인데 골대의 높이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키가 작은 아이들은 1∼2개 아니면 아예 넣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한 반의 아이들은 많은데 체육 수업의 시간은 45분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선생님이 한명 한명 지속적으로 제대로 된 자세를 교정해주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연습시간은 많다고 해도 말이죠. 그리고 수행을 볼 때에는 골대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서 있는 데도 그냥 시험을 보게 됩니다.
 
물론 낮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이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선을 안 하게 된 근본적 이유에는 자신이 그걸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에, 골을 넣는 그 쾌감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점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것은 체육뿐만이 아닙니다.

미술의 채점 기준을 보면 처음부터 저희들의 수준을 높게 생각하고 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데생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주지도 않고 데생을 하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말입니다. 또 점묘화를 할 때에도 점묘화는 점을 찍어서 하는 것이라는 말만 할 뿐 어느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는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이런 것은 저희 학교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학교에서도 비누를 가지고 조각을 하라고 시켰는데 한 가지씩 손길이 많이 가는 부분이나 정말 잘 해야만 A를 준다고 했습니다. 물론 정말 그걸 철저히 지켜가며 채점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과연 그렇게 하면서까지 기준을 높일 이유가 있었을까요? 나중에 커서 어디에 쓸 일도 별로 없을 텐데 말이죠. 이렇게 수행평가는 저희 학교뿐만이 아닌 근처의 다른 학교들, 다른 지역의 학교들에게서도 불공평한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교육열 높은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때문에 요즘에는 단소 과외니 줄넘기 과외 같은 별의별 과외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이렇게 있는 돈 없는 돈 들여가면서 고액 과외를 받아 수행평가를 대비하는 실정인데 왜 나라에서는 모를까요? 높은 사람들도 한때는 평범한 일반 시민들과 같은 사람이었을 텐데 말이죠. 그 사람들은 모두가 자녀가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높은 관직에 오르면 하나같이 다 잊어버리는 걸까요? 사교육비가 많이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고 줄이려고 노력한다고들 말하는데 왜 줄어들지는 않고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늘어가는 것일까요.

처음엔 높은 사교육열로 인해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을진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늘어난다면 결국엔 얼마 가지 않아 높은 교육열로 망하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김석영(15세·가명)*

*관내 한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글로, 본인의 요청에 따라 가명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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