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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령화 사회에서 소비가 미덕인가
장명국   |   2016-06-14

 

 

▲ 필자 장명국.    © 안성신문

경제 불황기인 1930년대에 유효수요 이론을 창안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소비가 미덕이다’라는 말로 소비를 장려했다. 이는 1930년 대공황을 회생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당시는 고령화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과거 경제학에서는 인구 문제가 중요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표적 기업 GM은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 고령화 복지대책을 마련해 박수를 받았지만 이것 때문에 사실상 파산선언을 하고 정부 구제금융을 받고 회생했다. 많은 국가들이 엄청난 재원을 들여 고령화 대비 정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사실상 크게 실효성은 없었다. 고령화 사회는 과거의 경제학 이론이나 논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정부는 케인즈 이론에 따라 소비를 부추겨왔다. 빚을 내서라도 소비를 해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논리다. 100세 시대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면서 개인들은 빚을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소비를 줄이고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경제능력을 넘어서는 과소비는 재앙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장기침체는 바로 고령화와 불황이 함께 닥쳐온 후과이다. 우리 사회 역시 고령화가 본격화되고 경제는 이미 2%대의 저성장 장기침체에 접어들었다. 과연 케인즈의 처방처럼 소비가 미덕일까.

 

빚이 없는 사람에게 소비는 미덕일 수 있다. 소비가 있어야 기업은 생산을 할 수 있고, 기업이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하고 이런 선순환이 일어나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부채가 많은 개인들이 소비를 미덕으로 삼아 더 많은 빚을 내 소비를 한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자신의 경제능력을 벗어난 소비로 말미암아 부채에 허덕이다 결국은 신용불량자 또는 파산자가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한 기업은 부채가 쌓여 결국 파산을 하거나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경영자는 재산을 압류당하거나 소송을 당하고 역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것이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쓰는 정부는 내 임기 안에 망하지만 않으면 계속 재정적자로 돈을 쓸 수 있다. 그러니 소비가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채를 증가시키는 소비는 미래의 소득을 미리 당겨다 쓰는 것이므로 후세대에게 국가부채라는 빚더미를 떠넘기는 것이다. 국민 세금을 걷어 돈을 쓰는 정부도 재정적자가 쌓이고 부채가 과도하면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이나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처럼 디폴트 사태를 맞게 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경제능력을 넘어서는 과소비는 재앙이다. 선진국에서 ‘소비가 미덕’일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제3세계에 대한 식민지 수탈을 통해 쌓은 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미국이 과다한 소비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켜 전 세계를 금융위기 파장에 휩쓸리게 했고 그에 따른 불황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2008년 미국 월가 발 금융위기 이후 경제 상황을 보면 1930년대 대공황과 여러 면에서 흡사하거나 더 심각하기까지 하다.

 

우리 경제는 부동산 담보대출 등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올 4월 한 달에만 가계대출은 5조3천억원이다. 그 중 주택담보대출이 4조6천억원으로 다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섰다.

 

 

허리띠 졸라매 부채 줄이고 소득범위 안에서 소비해야

 

우리의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62.1%로 미국의 78%, 일본의 65%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부채가 늘어날수록 소비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소비를 부추기면 일시적으로 성장률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경제위기만 가중시킬 뿐이다. 소비를 부추기는 정부 말에 따르다보면 가계는 갈수록 힘들어진다. 정부 말에 속으면 안 된다. 경제위기는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해운과 조선 구조조정도 12조원을 들여 2년~3년 생명을 연장하는 링거주사식 임시방편이다. 다음 정권, 다음 세대에 부실을 넘기는 꼼수다.

 

역발상이 필요하다. 가계가 살아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 부채를 줄여야 한다. 소득범위 내에서 소비해야 한다. 거대한 위기의 폭풍우 앞에서 책임지는 정치인이 있을까. 스스로 살아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장명국(내일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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