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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자회견이라는 ‘정치쇼’의 주연과 조연들
안성신문   |   2016-01-19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재임기간 150회에 달하는 기자회견을 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3년차 동안 단 2번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는 재임기간 20회의 기자회견을 한 이명박 대통령보다 저조한 수치이다.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희귀(?)한 장면인 것이다.

 

1월 13일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워낙 보기 힘든 기자회견이기에 국민들의 관심은 집중됐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은 현 한국정치의 실상과 언론구조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부끄러운 ‘정치쇼’로 마무리됐다. 얼핏 보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들과 박 대통령이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국민TV>의 ‘뉴스 K’가 사전에 입수한 ‘질문지’와 실제 기자회견 질의순서는 정확히 일치했다. 질의내용도 대부분 유출된 질문지 내용 그대로였다. 청와대와 기자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 정치쇼를 벌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모를 줄 알았던 이 정치쇼는 대안언론인 국민TV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다.

 

정치쇼의 하이라이트는 여러 질문에 답하던 박 대통령이 “제가 머리가 좋아서 질문을 다 기억합니다”라고 발언한 부분이다. 짜여진 대본에 이 발언도 포함돼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만약 대본에 이 명대사가 있었다면 “제가 머리가 좋아서 ‘대본’을 다 기억합니다”라고 수정됐어야 한다.

 

이번 정치쇼에서는 조연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정연국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손을 들어 질문해달라”고 권유했다. 기자들이 자유롭게 질의하는 듯한 모양새를 만든 것이다. 기자들도 조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사전 협의된 대로 13개 매체가 순서에 맞춰 대부분 사전 협의된 질의를 했다. 짜여진 순서대로 짜여진 질의를 하는 기자들에게 ‘저널리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외신기자들의 눈에는 이러한 정치쇼가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로이터통신>의 남북담당 특파원 제임스 피어슨은 기자회견 시작 전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사전 승인된 질문들’이라는 글과 함께 SNS상에 올라온 사전 질문지를 리트윗했다. 아일랜드 저널리스트 존 파워는 한국 기자들의 실추된 저널리즘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의 대통령 답변을 위해 질문지들을 미리 제출받았다. 외국 언론은 배제됐다. 의심스러운 나라이다. 기자들이 대통령을 위한 질문을 미리 제출하는 게 저널리즘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그런데 이같은 정치쇼는 중앙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1월 12일 안성시는 2016년 시정설명회를 개최했다. 시정설명회에는 황은성 시장의 기자회견 순서도 마련됐다. 그러나 안성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와 답변이 오갈 줄 알았던 기자회견은 단 3군데 언론사의 질의만 받고 끝나버렸다.

 

황 시장이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은 단 15분이었고, 질의를 할 수 있는 은혜(?)를 입은 언론사 1곳당 주어진 시간은 5분 가량이었다. 한 언론이 질의하고 답변을 들은 뒤, 미흡한 부분을 다시 질의하는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토록 빠듯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무 이유도 없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마련된 저녁식사 시간이다. 밥시간에 맞춰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것이다.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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