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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5만 유아·학부모 볼모로 잡은 박근혜정부
안성신문   |   2016-01-05

 

“국가 책임 보육체제를 구축하겠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무수히 들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보물에 명시된 공약이기도 하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이 공약을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생각한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상식과 법적으로 국가의 책무인 보육을 법과 괴리되는 시행령까지 만들어 누리과정 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행위를 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박 대통령의 공약을 세밀히 살펴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 BBK 사건 당시 주옥같은 명대사가 생각난다. “주어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 박 대통령도 할 말이 있다. 이 공약에는 주어가 없다. 누가 공약이행 주체인지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박 대통령은 이 공약을 구상할 당시부터 공약이행 주체를 교육과 보육의 의무를 가진 국가가 아닌 지자체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기운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주어 변경’의 놀라운 능력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의 장소는 이제 정부와 국회가 아닌 경기도의회와 일선 교육청으로 이동됐다. 정부는 그저 이 싸움을 지켜보며 “보육대란을 막아야 한다.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한 싸움을 펼치지 마라”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며 으름장을 놓으면 된다. 그러면 언론이 알아서 ‘착한 정부’와 ‘나쁜 지자체’를 만들어줄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당연히 그 의무를 가진 정부가 세워야 한다. 일선 지자체와 교육청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현재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조원이 넘는 경기도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누리과정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을 지난 12월 31일까지 처리하려 했으나, 도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의장석 점거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김보라 대변인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해가 안 간다. 누리과정은 연속된 사업으로 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지금 한쪽은 그 연속성을 위해 원칙과 책임 있는 예산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쪽은 일단 세워놓고 다음에 생각하자고 말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정부의 무상보육을 대신 이행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약속은 약속한 자가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12월 24일 브리핑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로 인한 유아와 학부모의 불안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일선 지자체와 교육청에 요구했다. 유체이탈이 도를 넘어선 발언이다. 약속한 자가 다른 자에게 자신의 약속을 대신 이행하라는 명령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국가의 의무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박근혜정부는 35만에 이르는 도내 유아들을 볼모로 저지르고 있는 악행을 이제라도 접어야 한다.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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