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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억나지 않는다는 자와
잊을 수 없는 사람들
안성신문   |   2015-12-22

 

 

2015년 한 해를 아픈 기억을 안고 죽지 못해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다. 가족들은 내 자식이, 내 부모가, 내 남편이 왜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희생됐는지 밝혀달라 울부짖고 있다. 그러나 2015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대한민국은 희생자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에 또 다시 등을 돌렸다.

 

지난 14일부터 3일 동안 열린 ‘세월호 참사 제1차 청문회’에 출석한 구조 책임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회피하기 바빴다. 청문회 기간 동안 증인으로 출석한 정부와 해경 고위직들은 “모른다” 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별도의 지시 없이도 현장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다른 사람이 잘할 줄 알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들의 불성실한 답변이 이어질 때마다 방청석에 있는 희생자 가족들에게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조형곤 목포해경 상황담당관은 구체적인 구조지시를 못한 이유를 묻자 “보고서 작성이 중요해서”라고 답했다. 구조보다 윗선에 보고하는 게 당시 이들에게는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또한 구조책임을 묻는 질문에 유연식 서해청 상황담당관은 “사고가 나면 80%는 배에서 자위 조처를 하고, 나머지 20%는 구조기관(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책임은 20%밖에 없다는 식이다.

 

반면 생존자들은 연신 눈물을 흘리며 증언을 이어갔다. 참사 생존자인 화물기사 최재영 씨는 “당연히 해경이 승객을 구하려고 모든 조치를 취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 명도 올라오지 않았다”며, “해경의 구조매뉴얼 중 배가 침몰해서 위험한 상황일 때 승선해서 구조할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 묻고 싶다”며 울먹였다.

 

청문회 방청석에는 ‘제발 진실을 말해달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희생자 가족들이 있었다. 최대한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 눈물이 범벅된 얼굴을 다리 사이에 묻고 조용히 오열하고 있는 희생자 가족들이 방청석에 앉아 있었지만 구조 책임자들은 면피성 발언만 쏟아냈다. 이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사람이 있겠지’라는 기대는 또 다시 물거품이 됐다.

 

청문회 동안 우리는 ‘악마’들을 보았다. 아니 악마의 하수인들을 봤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악마의 하수인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얼마나 하찮은 일이었기에 벌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떻게 희생자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거짓을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이라면 못할 행동이다. 악마의 하수인이기에, 악마의 지시로 가능한 행동이다.

 

이들만이 악마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게 아니다. 청문회를 철저히 외면한 주류 언론도 마찬가지다. 역사상 유례없는 대형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주류 언론들의 눈에는 보도할 가치가 없는 하찮은 사건으로 비춰졌나보다. 국민의 알 권리와 진실을 위해 외압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다. 그저 언론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권력과 돈을 위해 휘둘려주는 악마의 하수인일 뿐이다.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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