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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근혜정부의 혹세무민
이주현   |   2015-12-22

 

 

▲ 필자 이주현.    © 안성신문

지난 10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2천명의 경찰이 조계사를 에워싸고, 경내에 진입해 검거를 시도한 지 하루 만이다. 조계사에 머무른 25일 동안 종편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노동자에 대한 시각을 날것 그대로 드러냈다. 마치 연쇄살인범의 인질극을 취재하듯 현장중계를 포함하여 많은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한상균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동단체인 70여만명의 노동자가 가입한 민주노총의 수장이다. 경찰은 소요죄 적용 검토와 대대적인 검거 작전으로, 언론은 원색적인 보도로, 그를 마치 희대의 대역 죄인이자 폭력단체의 수괴인 양 취급했다. 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4월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 5월 1일 노동절 집회와 관련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반교통방해 등이다.

 

종교시설에 몸을 맡기면서까지 그가 반대했던 ‘노동개악(정부는 노동개혁이라 함)’이 무엇인지 다루는 언론은 찾기 어려웠다. 그가 자진 출두하면서 자신의 입으로 밝힌 출석거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박근혜정권은 저를 체포하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하였습니다.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해고 노동자입니다.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포기해야 하고, 단란했던 가정은 파탄 났습니다. 불나방처럼 일자리를 찾아 떠돌다 생과 사의 결단을 강요받고 실제 생을 포기한 동료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이것이 과연 누구의 잘못입니까? 노동자의 잘못입니까? 정권의 잘못입니까? 자본의 잘못입니까? 정부는 저임금 체계를 만들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죽어야 기업이 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법이고 정책입니까? 저는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악을 막겠다며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1급 수배자 한상균의 실질적인 죄명입니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입니까?’

 

노동시장 개편 법안 중 핵심쟁점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이다. 기간제법은 현행 최대 2년으로 제한된 비정규직의 사용을 2년 연장해 사용자가 최대 4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6년 기간제법을 제정할 때 정부는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취지”라고 했지만, 노동자는 “2년만 쓰고 해고하는 법”이라고 저항했었다. 결과는 비정규직 양산으로 노동계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파견법은 주조·금형·용접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도 허용하고, 파견근로 절대금지 업무 등을 제외한 모든 업무에 55세 이상 노동의 파견을 허용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파견법 개정으로 중장년 노동자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노동계는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한다는 것은 그동안 원칙적으로 파견이 금지되어 있던 제조업 생산공정 전반에 파견제 허용의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기간제법, 파견법의 이름을 잘못 지어서 여러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하자, 새누리당은 기간제법을 ‘비정규직 고용안정법’으로, 파견법을 ‘중장년 일자리 창출법’으로 개명했다. 대다수 노동자가 반대하고 민중총궐기로 저항한 이유는 법안 이름 때문이 아니다. 법안의 내용이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이번 개정안은 기업의 불법적인 기간제 돌려막기와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바로잡기는커녕 법을 바꿔 편법과 불법을 합법화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기간제법과 파견법의 이름을 변경한 것은 국민 다수가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강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선전한 것과 같은 행태다.

 

자진 출두라고는 하지만 한 국가의 노동자 대표가 부당한 공권력을 피해 의탁할 곳이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주현(소통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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