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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복지도 '국정화'하려 하나?
김보라   |   2015-12-08

 

▲ 필자 김보라.    © 안성신문

누리과정, 공공산후조리원, 청년수당 등 복지와 관련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8월 13일,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지침을 공문으로 보내고 정비추진단을 구성하여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중복·유사 복지업무를 정비하기 시작하였다. 12월 1일 국무회의에서 정종섭 행자부장관은 급기야 서울시의 ‘청년수당’ 도입에 대해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지자체가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복지정책을 새로 만들 경우,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통과됐다.

 

말인즉슨 중앙정부가 행하는 복지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지방정부의 복지사업은 중단 또는 폐지하라는 얘기다. 복지는 중앙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지방정부는 시키는 일만 하라는 말이다. 중앙정부가 충분한 수준으로 복지를 한다면 일면 수긍이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다. 전국적으로 공통 또는 기본적인 것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하지만, 지역 특성에 따라 필요하거나 부족한 것은 지방정부가 보충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방자치 본연의 목적은 민생복지이다. 노무현정부가 복지를 지방자치 사무로 이관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방치한 민생복지를 지킨 것은 지방정부였다. 지방정부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지역형 맞춤형 복지를 실천하며, 국민의 어려움과 함께해왔다. 다양한 복지정책들이 지방정부에서 먼저 시행되고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발전해왔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복지사업만 1496개이다. 예산규모는 9997억원이고, 대상자만 645만명이다. 대부분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약자들이다. 정부가 못하는 일을 지방정부가 해온 것이다. 한 예로 청년수당은 새누리당에서 이야기하듯 우리 사회에 혼란에 몰고 올 아주 위험한 발상이 아니라, 알바에 쫓겨 취업 준비를 하지 못해 계속 전전긍긍해야 하는 청년들을 위한 효과적인 취업 지원정책이다.

 

정부의 지방정부 복지사업 정비는 지방교부세를 무기로 지방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협박이다. 누리과정처럼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마련은 고민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지방정부에 떠넘기려는 꼼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스웨덴은 전체 예산 중 의료나 교육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중앙정부가 아닌 전국 20개 광역지자체 란드스팅(Landsting)과 전국 290개 기초지자체 코뮌(Kommun)에서 실제 집행된다. 스웨덴의 중앙정부, 광역지방정부인 란드스팅, 기초지방정부 코뮌은 각각 사용할 수 있는 예산과 그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확실히 정해져있다. 이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중복으로 복지사업이 진행되거나 비용이 지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덕분에 코뮌은 독립적인 조세권한을 가지고 있어 사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고 예산운용도 자유롭다. 코뮌에게 대부분의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란드스팅은 주로 보건의료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은 대표적인 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도 지방자치 정신에 따라 특히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복지, 교육 분야에서는 지방정부 자율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재원 마련과 예산 사용에 관해서도 법률로 정해 불필요한 정치논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보라(경기도의원,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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