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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이주현   |   2014-02-25

▲ 필자 이주현.    © 안성신문
이내창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1989년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이다. 그해 8월 14일 안성에서 홀연히 사라졌고 다음날인 8월 15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전남 여수 거문도 바닷가에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됐다. 8월 15일 지역대표자회의, 16일 총장면담, 17일 집행부 합숙회의 등 빡빡한 공식일정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당시 여수경찰서 조사결과, 거문도로 들어간 배의 승선 명단의 이내창 바로 뒤에 의심스런 남녀의 이름이 발견된다. 안성에서 사라지기 전 이내창이 신원미상의 남녀를 만나는 것을 본 목격자가 있었고, 두 남녀가 거문도에 이내창과 동행했다는 현지 주민의 증언이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모르는 사이라고 부인했고 귀가 조치된다. 나중에 이 여성은 안기부(현 국정원) 직원으로 밝혀진다.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대략 이랬다. 학생회 사업의 부담감에 머리를 식히러 거문도로 갔고, 암벽지대의 해안가를 걷다가 실족사 했다.

이 청년은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어 일부 명예회복이 되었다. 20년 만이었고 그의 홀어머니는 이를 보지 못하고 두 해 전인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죽음의 진상과 책임자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지난 2월 13일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이 재심판결에서 이른바 유서대필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강기훈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23년 만에 누명을 벗은 것이다. 1991년 4월 26일 명지대 강경대 학생이 등록금 인상반대 시위 도중 경찰의 구타에 의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후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학생과 노동자 13명이 죽음으로 저항하는 이른바 분신정국이 조성되었다. 그중 한 명인 김기설의 유서를 대필하여 자살을 방조했다는 상식적이지 않은 이유로 유죄를 받은 것이다. 국제기관의 다른 서체라는 공문이 있었음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동일서체라는 감정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20대 중반의 청년은 이제 50이 되었고 간암으로 투병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기무사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 있었다.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는 확고하다는 우리의 자부심은 무참히 짓밟혔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20년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재생되는 조짐이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렬 검사와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퇴시켰다. 후안무치하게도 이를 대선개입의 수혜자인 청와대가 주도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한다. 당사자인 유우성씨의 중국-북한 출입국 기록을 검찰, 국정원, 외교부가 합작으로 위조했다는 의혹이다. 사실이라면 국가가 타국의 공문서를 위조하는 범죄행위를 한 것이다. 사실관계의 입증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이석기 의원 사건에 내란음모죄를 적용하여 중형을 선고하였다. 황당하고 부적절한 발언이 다수 있었지만 내란이 현존하지 않고 실현가능성도 없으며 정치적으로 평가 받아야 할 일이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경구가 있다. 현재 당연한 듯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도 4·19와 5·18을 비롯한 수많은 죽음과 옥살이로 이룩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를 온전히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우리의 관심과 참여를 필요로 한다.

이주현(이내창기념사업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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